"수레 가득 실어야 5천원…" 80대 노인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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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폭우까지, 취약계층 한숨
“수레 가득 실어야 5천원…” 80대 노인의 눈물
코로나19에 폭우까지, 취약계층 한숨
노인들 눅눅한 폐지 팔아 근근히 버텨
잦은 비에 일용직 노동자들도 일 없어
지자체 “소외받는 이 없도록 최선…”
12일 오전 북구 중흥동 한 골목에서 노인 김모(87)씨가 재활용품 수거를 위해 골목을 돌아다니고 있다. /김재환 기자
“수레 한 가득 실어야 5천 원 받아…살아있으니 어떻게든 벌어야지”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폭우가 지나간 12일 오전 9시께. 북구 중흥동 한 골목에서 여든은 족히 넘어 보이는 노인이 터덜터덜 수레를 끌며 지나가고 있었다. 김모(87)씨는 마땅한 가족이 없어 20여 년째 폐지·고철 등을 수거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고령의 나이 탓에 마땅한 직업을 구하기 힘든 김씨에겐 재활용품 수거가 유일한 수입처다.
김씨는 이날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폐지와 캔, 고철 등을 수거했다. 빗물을 머금은 수거품은 김씨가 들기엔 다소 버거워 보였지만, 그는 노련하게 수레 안 빈공간이 없도록 착착 쌓아나갔다.
오후 12시께 점심시간이 되자 김씨가 잠시 휴식을 취했다. 오전 7시부터 나와 5시간여 동안 북구 곳곳을 돌며 재활용품을 수거했다는 그의 수레에는 고작 3 분의 1 가량이 채워져 있었다.
김씨는 “수레가 넘치도록 한 가득 채워도 5천원 밖에 안 나온다”며 “이렇게 모은 폐품도 젖은 상태면 30%정도 무게만 인정돼 돈을 지급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물품이 다 젖어 있어 끼니를 해결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어두워지기 전에 몇 차례 더 물품을 수거해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가 재활용품을 수거하기 위해 길에 나온건 이달 들어 이날이 처음이었다. 길어지는 장마 탓에 지난 11일 동안 수입 한푼 없이 보릿고개를 넘어야만 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외출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데 장마까지 길어지면서 수입이 없었다. 앞으로 생계도 막막하지만 살아있으니 어떻게든 벌어야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같은 상황은 고물상 업주나, 잦은 비에 일감이 없어진 일용자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광주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로 인해 폐품 수거량이 눈에 띄게 줄은 데다 장마로 폐지가 젖고 고철이 상해 폐품 단가도 떨어지고 있다”며 “노인들이 생계를 위해 밤낮없이 돌아다니는 건 알지만 현 실정 때문에 단가를 많이 못 쳐줘서 미안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여파 장기화와 역대급 폭우까지 겹쳐 노인 등 지역 취약계층의 시름이 깊어지자, 지자체도 맞춤형 지원에 나서고 있다.
광주시에서는 노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재활용품 등을 수집해오면 금전으로 환산해주는 ‘손수레금수레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달 30일부터는 노인일자리사업을 재개하기도 했다. 북구·동구·광산구에서는 무더위와 코로나19를 이길 수 있도록 선풍기·쿨스카프·손도독제 등을 제공하는 ‘안심동행 앱서비스’, ‘돌봄이웃 밑반찬 지원’을, 서구·남구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는 ‘저소득층 한시적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북구 복지담당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이은 장마의 여파로 특히 취약계층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역 유관기관 등과 협업을 통해 촘촘한 복지안전망을 구축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소외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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