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상담하세요”… 광주 누비는 ‘마음안심버스’(보도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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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광주 남구 봉선동 유안근린공원 인근에 특이한 버스 한 대가 도착했다. 버스의 이름은 ‘마음안심버스’. 이 버스는 지역 곳곳을 누비며 심리지원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정신건강 평가 및 스트레스 지수 측정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버스다.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공원서 산책하거나 휴식을 취하던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버스 문은 ‘환영한다’는 듯 활짝 열렸고, 2명 정도가 마주 앉을 수 있는 아늑한 상담실의 모습이 펼쳐졌다. 제일 먼저 도착한 형남수(70)씨는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형씨를 맞은 상담사는 스트레스 검진을 위한 뇌파 측정 절차를 안내했다. “어머니, 뇌파랑 심박수 측정할게요. 말하거나 움직이지 마시고 눈 감고 편안하게 계세요.” 형씨가 상담사의 안내에 따라 심박변이도 측정기(HRV)를 머리에 썼다. 1분여 정도 지나자 기기와 연동된 태블릿 화면에 두뇌·신체 컨디션 결과가 떴다. 결과는 ‘두뇌 스트레스 높음’. 상담사는 평소 고민은 없는지, 잠은 잘 자는지 등을 물으며 상담을 시작했다. 형씨는 “성격상 사람들이 모이면 말을 잘 하지 못하고, 듣는 편에 속한다. 가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보면 ‘저런 사람은 스트레스가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약간의 불빛만 있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 누우면 한참 뒤에야 잠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에 상담사는 “가족들에게라도 오늘 기분이나 느낀 바 등을 이야기하는 게 우울증,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스트레스가) 매우 심한 수준은 아니니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해 주시라”고 당부했다. 형씨의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버스를 타기 위한 대기 행렬은 계속됐다. 비가 내리는 탓에 기다림이 힘들 법도 한데, 주민들은 벤치에 앉아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자신의 차례를 끝까지 기다렸다. 상담을 끝마치고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들은 “상담을 통해 정신건강 상태를 알 수 있어 ‘안심’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버스를 이용한 김모(82)씨는 “나이를 먹으니 사고력이 떨어져 걱정이었는데, 상담받으니 버스 이름처럼 ‘마음이 안심’된다. 좋은 기억으로 남아 다음에도 또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전님(75)씨도 “이번이 두번째 이용이다”며 “첫 번째 스트레스 측정 결과가 양호하게 나왔지만, 정기적으로 검사받아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왔다. 주변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사회 전반의 우울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상담의 문턱은 높은 편이다. 특히 고령층은 스스로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를 인지하기 쉽지 않고, 극심한 우울감을 느끼더라도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꺼리는 성향이 있다. 통계청에서 실시한 ‘2022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13세 이상 국민 10명 중 3명(30.3%)이 코로나19로 일상생활에서 우울감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반면, 같은 해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정신건강 서비스 인지도는 1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마음안심버스가 본격 운영된 2월부터 6월까지 집계된 이용자 수는 벌써 1750명에 달한다. 이 중 6명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위탁 운영기관인 광주남구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계돼 심층 상담 등을 받았다. 광주남구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고위험군 발굴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취약계층 등에 정신건강 검진의 접근성과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도 큰 효과가 있다. 실제 마음안심버스 운영 일정표를 보고 센터 상담을 하고 싶다며 문의하시는 경우가 많다”며 “노인복지관, 행정복지센터, 대학교 캠퍼스 등 여러 기관의 협조를 받아 다양한 장소를 찾아가고 있다. 올해 첫 운영인 만큼 홍보에 집중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고위험군 상담 등 운영을 질적 확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마음안심버스는 현재 광주 서구와 남구 등 2개 자치구에서 운영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출처 : 전남일보(http://www.jnilbo.com/713763194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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