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경력 살려 ‘인생 2막’ 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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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동안 경찰 강력계 형사 등으로 일했던 임정원씨(62)는 ‘범죄 안전 전도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현장에서 겪은 생생한 범죄 사례를 바탕으로 이웃들에게 전화금융범죄나 가정폭력 예방 등의 교육을 하고 있다.
평생 교직에 몸담았던 신우섭씨(73)는 지역아동센터에서 다시 아이들을 만난다. 국어·영어·수학 공부 등을 도와주고 고민도 들어준다. 신씨는 “은퇴 후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그리웠는데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임씨와 신씨는 광주광역시 서구가 추진하고 있는 노인일자리 사업인 ‘시소’를 통해 자신들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다시 얻었다. ‘시소’는 ‘시니어들의 소소한 시작’이라는 뜻이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서구는 시소를 통해 다양한 전문 분야의 퇴직자 등을 노인일자리 사업과 연계해주고 있다. 그동안 지자체의 노인일자리는 경력과 상관없는 단순 노동이 대부분이었다.
환경 정화나 등굣길 교통 지도 등이 대표적인 일자리다 보니 전문성도 필요없고 참여자들의 자존감도 낮았다. 하지만 시소는 노인들이 은퇴하기 전 해왔던 일과 연결된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한다. 치안·안전, 건강, 교육, 놀이, 홍보 등 5개 분야 일자리가 준비됐는데 현재 138명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
경찰과 소방 공무원 등 퇴직자 54명은 ‘시니어 수호단’으로 활동한다. 이들은 순찰 위주의 활동에서 벗어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주민들에게 범죄 피해 사례 등을 교육해 예방하는 일을 한다. 마을의 위험 시설물도 미리 점검하고 확인한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교사로 퇴직한 60명은 유치원과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다시 아이들과 함께한다. 유치원에서는 비석치기, 딱지치기 등 전통놀이 교육을 하고 아동센터에서는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준다. 요청이 있으면 한문이나 음악 수업도 진행한다.
의료·건강 지도사 등 10명은 생활 운동·응급구조 교육을 한다. 기자나 공무원으로 퇴직한 4명은 시소 활동을 소개하는 ‘유튜버’로 활동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카메라 사용법과 편집 기술을 배우고 있다.
시소는 참여자와 도움을 받는 주민 모두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참여자는 “내가 가진 능력으로 아직도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아동센터에 다니는 김모군(15)은 “학교생활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생님이 와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시소가 경력과 상관없는 일자리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노인일자리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은퇴 나이는 남성 73세, 여성은 71세다. 하지만 재취업한 사람의 70%는 ‘단순직’이었다. 은퇴자의 경력 단절은 노동시장 성장 잠재력을 약화하는 요인이다.
서구 관계자는 “시소는 은퇴자에게 맞춤형 일자리 제공과 함께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득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1석2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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